21일 청해부대 최영함(4500t급)은 한국 해군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덴만 공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화물선 삼호주얼리호(1만1000t급)와 한국인 8명을 비롯한 선원 21명을 군사작전으로 완벽하게 구출해낸 것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1999년 4월25일도 해군에겐 잊지 못할 날이다. ‘99서태평양훈련’에 참가한 해군의 209급 잠수함 ‘이천함’이 표적인 미국의 퇴역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호’(1만670t급)를 단 한 발의 어뢰로 격침해 우리 군의 뛰어난 작전 구사 능력을 세계에 과시했기 때문이다.
훈련 작전권을 쥐고 있던 미군 측은 오클라호마시티가 미군 전투기에서 발사된 AGM-65 ‘매브릭’ 미사일 2발을 맞고도 끄떡없이 버티자 흔쾌히 이천함의 어뢰 발사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미군 측은 ‘어뢰 3∼7발을 맞아야 가라앉는 1만t급 순양함이 설마 한국의 소형 디젤 잠수함이 쏘는 어뢰 1발에 격침될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표적 확보의 어려움과 환경오염 우려 등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제대로 어뢰 발사 훈련을 할 수 없었던 우리 해군으로선 천금 같은 기회였다. 결국 이천함에서 발사된 어뢰는 8㎞ 밖에 있던 오클라호마시티의 선체를 보기좋게 두 동강 내 미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어뢰는 독일의 STN 아틀라스사가 1980년에 수출용으로 개발한 ‘수트’(SUT·사거리 12㎞)였다. 이천함이 국내에서 처음 제작된 209급 잠수함이었지만, ‘실탄’은 외국제였던 것이다. 한국은 이때까지만 해도 독일에서 수트 어뢰 전량을 직수입해 운용 중이었다.
앞서 해군은 1992년 국내에 209급 잠수함(독일제 장보고함)을 첫 도입하기에 앞서 90년 1월부터 국산 어뢰 개발에 들어갔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유도무기 전문 방산업체인 LIG넥스원(당시 LG이노텍)이 개발비 302억원을 들여 연구에 몰두했고 8년6개월 만인 98년 6월 마침내 국산 어뢰 ‘백상어’가 탄생했다.
백상어는 잠수함과 잠수정에 탑재해 수상함과 잠수함, 수송선단을 공격하는 ‘중어뢰급’으로 개발됐다.
◇해상군사훈련 도중 표적 역할을 하는 퇴역 함정이 어뢰에 맞아 두 동강 나는 모습.
‘백상어 프로젝트’는 연간 53명의 전문가와 양산비를 포함해 총 예산 900억원이 투입된 중대형 사업이었다. 백상어 개발 과정에서 ADD는 자체 수중발사 시험을 20여차례나 실시했다. 처음에는 불량률이 22%에 이르렀지만 보완작업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결국 백상어는 1998년 3월13일 소형 잠수함을 이용해 실시된 마지막 발사 시험을 통과했고, 2000년 209급 잠수함에 실전 배치됐다. 이후 개발업체는 한 발당 약 9억5000만원의 가격에 모두 수십 발의 백상어를 해군에 납품했다.
백상어는 수동소나와 능동소나를 조합한 음향탐지장치와 디지털 유도 시스템을 갖췄으며, TNT 폭약 370㎏에 달하는 강력한 파괴력으로 적 함정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배 아랫쪽을 타격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특히 수트가 잠수함에서 선으로 유도하는 유선유도 방식인 데 비해 백상어는 중간 유도 과정 없이 적 함정 소리를 스스로 추적해 공격하는 첨단 능동형 음향 어뢰다. 이에 따라 다수의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고 중간 유도에 따른 속도 감소가 없다는 게 백상어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