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1.02.09
수정일
2011.02.09
작성자
C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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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3

국산 어뢰 삼형제의 맏형 ‘백상어’ (下)

개발 초기 기기결함·오작동 등 숱한 난관

잠수함의 기본 무기인 어뢰도 신관이 작동하지 않아 폭발하지 않는 등 다양한 오작동 사례가 있다. 과거 독일 잠수함은 수송선단의 상선을 향해 발사한 어뢰로 다른 독일 잠수함을 침몰시켰는가 하면, 2차 세계대전 초기 실전에 운용했던 미 해군 어뢰의 3분의 1 정도는 불량품이었다고 한다. 극단적인 사고였지만 내부 폭발로 참사를 부르기도 했다. 2000년 8월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사고는 잠수함 내부의 어뢰 폭발이 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배수량 2만4000t의 초특급 잠수함이 바렌츠해에 가라앉고 승조원 118명 전원이 사망했다.
또 어뢰는 수중의 많은 잡음을 식별해 표적의 소음만을 추적한다. 표적이 속력과 심도를 변경할 경우에도 이를 감지하고 끝까지 쫓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기능이 복잡하고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표적 추적 가능성은 낮아지며 반대로 실패율은 높아진다. 이러한 오류를 막기 위해 어뢰 개발 시 세밀한 시험평가가 이뤄진다. 독일은 1960년대 이후 선유도어뢰를 개발하면서 2000회 이상의 해상시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2006년 3월24일 LIG넥스원 구미공장에서 열린 ‘국내개발 유도무기 전력화 기념식’에 참석한 외국군 관계자들이 전시된 중어뢰 백상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산 중어뢰 ‘백상어’ 역시 개발 초기에 이러한 기기 결함과 오작동으로 여러 차례 난관에 부딪혔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백상어 개발 과정에서 자체 수중발사 실험을 모두 27회 실시했다고 한다. 당시 발사시험에서 3회 중 1회는 실패했고, 이로 인한 불량률이 22%에 이르렀다. 2000년 실전 배치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후 표적함을 상대로 한 실사격 시험에서 발생했다. 어뢰가 폭발되지 않거나 목표물에 도달하기도 전에 터져버린 것이다. 2003년 5월 1차 실사격 시험에서 백상어는 목표물에 명중했지만 아예 폭발하지 않았다. ADD는 신관이나 탄두의 불량으로 여겼다. 이어 그해 8월 2차 시험에서는 어뢰가 목표물에 도달하기도 전에 약 150m 전방에서 폭발해버렸다. 어뢰의 표적감지 센서가 오작동해 조기 폭발한 것으로 ADD는 추정했다.
이미 다수의 백상어를 납품받아 실전배치 중이던 해군은 보유량 전량을 제조사인 LIG넥스원에 반납키로 했다. 실사격 시험 때 사용된 백상어 2발과 신관, 탄두 등도 전액 배상할 것을 업체에 요구했다. 또한 향후 백상어를 재발사할 때 드는 소요량과 시험평가 비용 일체를 업체가 부담할 것과 원인 규명 뒤 성능이 보장될 때까지 양산을 중지하도록 요구했다. 업체로선 시련의 계절이었고, 백상어의 운명도 기로에 서 있었다. 이와 관련, 업체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종합한 결과 어뢰가 표적을 추적하면서 수면 근처에서 폭발하는 현상이 발견됐고, 이에 따라 백상어의 결함은 자기신호 반사파에 의한 오작동으로 결론 내려졌다”면서 “이후 내부 소프트웨어를 개선한 뒤 2004년 1, 2차 검증시험에서 표적함을 완벽하게 명중시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군에 정상 납품하기까지 힘든 시기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중어뢰 백상어가 표적을 폭파시키는 모습(위 사진)과 백상어의 수중 발사장면.

백상어의 국내 개발 성공에 고무된 방위사업청은 2007년 12월18일 제2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2016년까지 ‘차기 중어뢰’를 국내 기술로 연구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중어뢰는 백상어에 비해 사거리와 파괴력이 향상돼 214급(1800t급) 이상 잠수함에 장착될 예정인데, 현재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진 기자, 공동기획 국방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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